너를 보내고
너를 보내고
- 이 정하-
너를 보내고,
나는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찻잔은 아직도 따스했으나
슬픔과 절망의 입자만 내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리석었던 내 삶의 편린들이여,
언제나 나는 뒤늦게 사랑을 느꼈고
언제나 나는 보내고 나서 후회했다.
그대가 걸어갔던 길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
툭 내 눈 앞을 가로막는 것은 눈물이었다.
한 줄기 눈물이었다.
가슴은 차가운데 눈물은 왜 이리 뜨거운가.
찻잔은 식은 지 이미 오래였지만
내 사랑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 슬픔,
내 그리움은 이제부터 데워지리라.
그대는 가고,
나는 갈 수 없는 그 길을
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아야 할까
안개가 피어올랐다.
기어이 그대를 따라가고야 말
내 슬픈 영혼의 입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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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낸다...누굴까?
사랑하는 사람, 사랑했던 사람.
아니면 자기가 사랑했던 존재들..개, 고양이 등의 애완동물들..
인간들이 살아온 삶의 씨줄과 날줄사이에서
잉태되고 자라난 삶의 편린들이
그 누구에겐 없으랴?
모두가 그렇지...
꼭 보내고 나서 후회하고 가슴 저미게 아퍼하는 건
모든 인간들이 느끼는 공집합이리라.
공집합 ...
아니 공집합 이기를 원했기 때문에 너를 보냈으리라.
공집합이어야만 채울 수 있으니...
그랬다. 인간은 뒤늦게 사랑을 느끼고 후회를 한다.
보내고 나서 후회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보내지 않기 위해서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자기의 몸에 붙어 있는 잔털...찌푸라기를
터는 건 아닐까?
그리고 모든 이의 사랑은
지금 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