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와 글들
사랑한다는 것으로
아주나09
2006. 12. 31. 23:00

사랑한다는 것으로
- 서정윤 -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
감성이 지극히 예민한 20대 초반 대학시절.
“홀로서기”를 읽고 내 자신이 얼마나 그 시에 사무쳐 읊고 읊조렸던가?
서정윤의 시들은 대부분 “외로움”, “사랑” 이야기이다.
물론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시들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 정윤이는 열차를 잘못 탔다.
홀로서기를 발표한 이후 그의 시경향은 외로움, 사랑으로 도배되어진다.
마지막 부분이 홀로서기가 되어야하는데......
사랑한다는 것으로...........
지극히 짧은 시이지만 사랑의 종착역을 향하고 있음을 본다.
누구나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 싶어 함은 인지상정.
사랑하는 이를
자기의 가슴속에 꼭꼭 묻어 두고
숨쉬고 감히 다시 날아갈 틈도
아니 새의 다리에 족쇄를 채워두고
자기만의 사랑으로 간직하고픈 것이
나를 포함한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 많은 정윤이의 사랑과 이별, 외로움의 시중에서
사랑한다는 것으로는
사랑이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당연히...
나 또한 그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