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나09 2006. 12. 18. 22:45

자 수
         허 영자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 내올 듯

머언
극락 정토 가는 길도
보일 성싶다.

.................

누구는 마음이 산란하고 허전할 때

누구는 한잔의 술, 두 잔의 술로 배를 채우지만

시선과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하여 자수를 놓는다...

그러한 집중을 통해 한때의 갈등을 가다듬고 맑은 심성을 획득하는

아!

나두 자수를 배웠다면...

자수를 둘 줄 아는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